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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에 들어서면 여느 도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목격됩니다. 평범한 운동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는 수많은 청년들과 그 청년들에게 학원 광고 전단지를 일렬종대로 늘어서서 나눠주시는 아주머니들로 가득한 거리. 이곳 노량진의 밥값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저렴하기로 유명한데요. 노량진에서 가장 먼저 불이 켜진다는 XX 주먹밥집은, 새벽 5시에 일어나 학원으로 향하는 고시생들을 위해 보통 공기밥 분량의 밥에다가, 멸치, 콩자반, 햄 등 여러 가지 반찬들을 넣어 만든 수제 주먹밥을 1천원에 팔고 있습니다. 거리마다 대형학원이 많고, 그 학원마다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하고, 시선을 두는 곳마다 고시학원과 독서실, 고시원이 즐비한 이곳 ‘노량진’. 저는 오늘 이곳의 청춘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노량진 거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여기 노량진 고시생들의 옷차림인데요. 이곳 고시생들은 한창 외모를 꾸미고 싶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활동이 편한 운동화에 청바지나 운동복 면바지 차림이 전부입니다. 지금 위에 보이는 사진은 노량진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는 모습인데요. 아니? 왜 포장마차에서 밥을 파나고요? 그건 바로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한 고시생들을 위해 포장마차 주인아저씨가 아이디어를 내어 만든 노량진식 즉석 볶음밥이랍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만큼 볶음밥 종류가 다양한데요. 사진에 보이는 저 많은 메뉴들이 전부 다 2500원이라는 사실! 정말 대단하죠?

길거리 음식 탐방을 마치고 본격적인 취재를 하기위해 노량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XXX 경찰학원에 들어갔는데요, 마침 학원 게시판에 붙여진 강의 포스터를 보고 있던 고시생 한분을 만나 인터뷰 해보았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경찰청 블로그 폴인러브 기자단 김룡이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혹시 고시생이신가요?”

(전상훈,28) “하하, 고시생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긴 그렇지만 여기 경찰학원 학생 맞습니다. 여기 학원에 다닌 지 딱 2년 되었습니다.”

(기자) “아, 경찰공무원 수험생이시군요. 잘됬네요, 저도 장래희망이 경찰입니다만, 여기 노량진에서 2년 동안 공부하셨다고 했는데 지금 느낌이 어떠신가요?”

(전상훈,28) “에... 저는 노량진을 큰 감옥이라고 봅니다. 감옥, 총 대신 펜을 들었다 뿐이지 완전 전쟁터죠. 다른 사람들은 ‘노량도’라고해서 시험에 합격 해야지만 탈출할 수 있는 섬이라고도 말해요. 그냥 어서 빨리 경찰이 돼서 여길 떠나고 싶어요.”

(기자) “상당히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이네요.^^ 그럼 지금 노량진 고시원에서 생활하시면서 학원에 다니는 건가요?”

(전상훈,28) “그렇죠. 집이 지방이다 보니 여기 노량진 고시원에서 자리 잡고 공부하는게 편해요. 다른 곳 보다 월세나 전세 값이 싸니까요.”

(기자) “경찰공무원 시험이 어떻던가요? 저도 언젠가 시험을 보겠지만 이게 경쟁률이 높아 합격하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습니다만, 시험을 총 몇 번 보신건가요?”

(전상훈,28) “(합격하기)힘들죠, 저는 워낙 영어점수가 안 나오는 바람에... 제가 시험을 작년부터 봐왔으니까 총 5번을 본거죠. 혹시 시험에 떨어지면 ‘패닉상태’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일주일 동안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깨어있는 시간 서 있는 시간은 계속 눈물만 나고... 그렇게 실컷 울고 나서 또 책 들고 다시 독서실에 가죠. 공부해야 하니까.”

(기자) “많이 힘드셨겠네요... 부모님께선 아무 말씀 안하시던가요?”

(전상훈,28) “반드시 붙어야죠. 제가 여기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고시생들에 비하면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 나이에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용돈으로 공부 한다는 게 마음 편한 일이 아니거든요. 꼭 경찰이 되어서 (부모님께) 멋진 모습 보여드려야죠.”

(기자) “이번엔 꼭 합격하시길 바랍니다.”

(전상훈,28) “예, 김룡씨도 지금부터 경찰시험 준비하셔서 우리 나중에 만나요.”



인터뷰를 마치고 학원계단을 올라가다가 저는 3층 복도에서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위에 공책이 바닥에 일렬로 쭉 깔려있는 사진이 보이시나요? 저 신기한 풍경은 공책에 자기의 이름과 대기 순번을 적어 강의실 입장 순서를 미리 맡아놓은 것이랍니다. 수용인원이 500명이나 되는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기 위해, 저렇게 공책으로 순서를 맡아놓는 풍경은 이곳 노량진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학원건물 5층에 올라가보니 여학생 전용 휴게실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학원 5층은 9급 검찰공무원직을 준비하는 여학생들이 많다보니, 남자화장실은 없고 여자화장실만 2개인 층도 있었습니다. 그 휴게실에 들어가 현재 검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이숙진(26)씨와 인터뷰를 해보았습니다.


(기자) “쉬는 중에 이렇게 인터뷰 요청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지금 9급 검찰공무원 준비중이신가요?”

(이숙진,27) “네, 지금 대학교 4학년 졸업하자마자 바로 준비 하고 있어요. 이번 4월에 있는 시험 때문에 학교 졸업식도 안가고 학원에 나와서 공부하고 있어요.”

(기자) “실례지만, 제가 지금 이숙진님 나이를 계산해보니 학교 휴학을 좀 몇 번 하신 것 같은데... 맞나요?”

(이숙진,27) “앗, 들켰네요. 사실 제가 대학교 2학년,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이 검찰공무원 시험을 본적이 있어요. 물론 그때 다 떨어져서 지금 또 준비하는 거지만요.”

(기자) “고시생 생활이 힘들진 않으세요? 따지자면 벌써 노량진 고시생 3년차인 셈이잖아요.”

(이숙진,27) “고시생 고시원 생활은 시험공부에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죠. 물론 저보다 더 어려운 시험공부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게 힘든게 아니에요. 제가 어제 같은 대학교 졸업생 친구를 만나서 그 친구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정말 지금까지 느꼈던 최고의 반전은 나인 것 같다, 내가 하면 다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기 노량진에서 살다보니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구나...슬프지만 현실이죠.”

(기자) “씁쓸하네요. 27살이면 지금 결혼도 할 나이인데. 빨리 합격해서 여길 떠나셔야죠.”

(이숙진,27) “탈출 할 수 있는 바깥세상과의 거리는 가까운데요. 벽이 너무 높은 것 같아요. 시험의 벽이. 언제 한번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요. 이게 세상의 다다. 이것 말고는 더 없다. 그렇게 생각 안 하면 자신이 더 힘들걸요. 아까 말씀대로 제 주위에 벌써 시집간 친구들도 몇몇 있어요. 그런거 볼 때면 다른 사람들은 편하게 사는데 난 왜 힘들게 노량진에서 살까 하면서 눈물도 나고... 우리 20~30대가 살아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걸 많이 느껴요”

(기자) “이렇게 공무원 경쟁률이 높아지게 된 사회와 현실이 원망스럽진 않으세요?”

(이숙진,27) “원망스럽진 않아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여기가 지옥이라고 말들 하지만 저에겐 이 노량진은 꿈을 이루는 공간 같아요. 여기서 조금만 더 준비하고 노력하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기자) “이번 4월에 시험 보신다고 하셨죠?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숙진,27) “네 수고하셨습니다. 기자님도 공부 열심히 하세요!”

누군가는 청춘을 저당 잡힌 감옥 같은 곳이다, 또 누군가는 꿈을 이루는 장소라고 말하는 이 노량진. 고시생 풍문으로 경찰공무원이 되려면 누구나 한번쯤 이곳을 거쳐 가게 된다고 말하는 ‘노량진’... 청춘의 한 가운데 서서 인생의 시험을 준비하는 이곳 노량진의 청춘들이 바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경찰로 태어나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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