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8일 0시 40분 서울 중구 신당동 골목길에서 집으로 가던 여성 김모(32·회사원)씨가 괴한이 휘두른 칼에 찔려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주변 CCTV를 분석해 용의자 이모(29)씨를 붙잡았다. "내가 죽인 게 아니다"라고 범행을 부인하던 이씨는 지난 2일 범행을 자백했다. 이씨 옷에서 나온 혈흔과 김씨 혈액이 같다고 추궁하자 범행을 털어놓았다.
2009년 2월 17일 오후 이씨는 장충공원과 남산 등 시내를 돌아다니다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신당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밤이 깊어가자 이씨는 대형 할인매장에서 산 식칼 한 자루를 품고 집으로 귀가하는 여성을 따라갔다.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던 여성들은 낯선 남성이 쫓아오자 발걸음을 재촉해 화를 면했다. 범행 대상을 찾아 골목길을 오르내리던 이씨의 모습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18일 오전 0시 30분쯤 이씨는 혼자 집에 가던 피해자 김씨를 발견했다. 휴대전화로 애인과 통화하던 김씨는 이씨가 150m 뒤따라왔지만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언덕배기쯤에 이르러 김씨 등 뒤에서 이씨가 갑자기 칼을 휘둘렀다. 폐와 심장을 관통당한 김씨는 과다출혈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2008년 9월 20일 오전 8시15분께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에서 중국 동포 출신 권모씨(60)와 이모씨(50) 등 6명이 정모씨(31)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고 김모씨(45) 등 7명이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모두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일어난 범죄이다. 묻지마 살인 사건이란 가해자가 피해자를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이는 것을 말한다. 이 사건에서 보면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앙심이나 분노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화, 울분등을 이기지 못해 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일으켰다. 또한 이 사건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범죄자들이 우울한 유년기를 보냈거나 지금의 사회상황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2얼 18일 사건을 저지른 이모씨는 사건이 발생한 신당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고교 2학년 때 학교 폭력에 상당히 시달려 자퇴했다. 이씨는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했지만 고참들과 마찰 끝에 탈영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살인미수로 5년 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의 한 여관에서 화대 액수 때문에 시비가 붙어 윤락녀를 폭행한 게 발단이었다. 갖고 다니던 잭나이프로 싸움을 말리던 포주를 찌른 것이다. 작년 1월 만기출소한 그는 어머니가 마포에서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일했다. 이씨는 친구도 따로 만나는 애인도 없는 외톨이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했더니 친구와 통화한 기록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그나마 찍혀 있는 몇 건도 집이나 일하는 노래방에 연락한 게 전부"라고 했다. 학교 친구도 없고, 전과자 낙인 때문에 취업도 힘든 이씨는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했던 것이다.
2009년 2월 17일 사건을 저지른 이모씨 또한 이러한 힘든 성장기를 보내왔다. 하지만 2008년 9월 20일 사건을 저지른 중국 동포 출신 권모씨는 2002년 8월 서울로 혼자 상경해 2003년 9월부터 D 고시원에서 거주하며 주로 강남 지역에서 중국집 배달, 주차요원, 식당 서빙 등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왔고, 지난 4월부터는 일정한 직업 없이 지냈다. 정씨는 현재 고시원 임대료 1개월, 휴대폰요금 2개월 등이 연체되고 향군법 및 병역법 위반으로 내야 할 벌금이 150만원에 이르는 등 금전 문제로 세상을 비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묻지마 살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묻지마 살인 사건”이 문제인 이유는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범행 대상은 누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과 공포감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매년 몇 건씩 반복되지만 무방비 상태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외톨이들은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과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결속감이 없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고 했다. 이들에겐 범죄라는 극단적 선택을 막아줄 '사회적 관계'라는 제동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정신보건 서비스를 강화하고 출소자나 빈곤층에 대한 상담·심리치료를 제도화해서 사회 부적응자들의 소외감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다. 이들에게 먼저 따듯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거나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면 이러한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먼 곳이 아닌 자신의 주변의 힘들 사람들을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앞으로 “묻지마 살인 사건”은 없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이상 이러한 슬픔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글. 폴인러브(Pol in Love) 기자단 박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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